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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를 가다 - 드림웍스의 한국인들

by 별빛바라기 2021. 8. 14.

 

보스베이비, 트롤,  드래곤 길들이기, 쿵푸팬더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비교하기에 꿀리지 않는 애니메이션 명가 드림웍스

 

그 드림웍스에서 일하는 한국 애니메이터분들의 인터뷰를 찾아보았습니다

천여 명의 애니메이터 가운데 절반 가까운 40%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이고,

이 가운데 한국인들도

교포와 유학생 출신을 합쳐 30여명 남짓 됩니다.

 

드림웍스 인터뷰         

(맨 위 왼쪽부터 감독, 프로듀서, 감독, 그 아래 줄 왼쪽끝이 제니퍼 여씨, 오른쪽 끝이 전용덕씨) 

 

드림웍스 측에서는 ‘홈타운 히어로’라는 취지로

저희에게 한국인 직원들을 대거 소개시켜주고

인터뷰도 잡아주었습니다. 취재 당일 점심도

이들과 같이 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드림웍스의 한국인 직원들은 저희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주었고,

특히 부모님이

한국에 계신 유학생 출신 직원들은

방송이 언제 나가는지 무척 궁금해 했습니다.

 

바빠서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서나마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고 싶어 했습니다.

 

돌아와서 두 번째 뉴스 리포트 주제를

다분히 국수주의적인 [할리우드의 한국인들 맹활약]으로

잡았습니다.

다양한 측면을 고루 담는

종합보고서 적인 보도를 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사내에서도,

시청자들에게도 별로

먹히지 않기 때문에 썩 바람직하지만은 않지만

그렇게 정했습니다.

 

기사 쓰고 편집하면서 무척 곤혹스러웠습니다.

10여명의 한국인 직원 분들을 인터뷰했는데

이분들 모두를 방송에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가장 기사에 적합한 내용 위주로 고르다 보니

인터뷰 해주시고 나서 기대에 가득한 얼굴로

방송날짜를 물어보던 그분들 얼굴이 어른거렸습니다.

 

인터뷰를 못 쓴 분들은 화면으로라도 얼굴은

한 번씩 나오게 해드리는 선에서

해결 아닌 해결을 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해주셨는데 방송에 안 나온 분들에게

지면으로나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인터뷰 나온 분들이 안 나온 분들 위로 차원에서 한턱 쏘시는 것도 괜찮을 듯…….^^;;)

 

         

(라이팅의 리사 킴씨, 중1때 이민을 왔다는데 한국말을 무척 잘 하시더군요.)

 

[쿵푸팬더]에서 감독 밑에 각본, 촬영 등

주요 부문 팀장이 모두 6명인데 이 가운데 한국인이

무려 두 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국수주의 감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사실이었습니다.

공동 감독 가운데

나이 지긋하고 마음씨 좋게 생긴

마크 오스본에게 한국인 스탭들과 일 해보니 어떠냐고 물어보니

역시 모든 현란한 수식어를 총동원해서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해주더군요.

 

이 가운데 전용덕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유학을 왔다가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경우로

‘Head of Layout'이라는 직함입니다.

 

 

실사영화로 치면 촬영감독에 해당하는 역할로

컴퓨터로 구축된 애니메이션 세상 속에서

캐릭터의 동선, 화면속 배경과 소품 배치,

카메라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하는 분야입니다.

 

전용덕씨는 컴퓨터를 붙들고 씨름해야하는

작업상 답답함이나 막힌 느낌을 받는데

캠퍼스를 잘 꾸며놓아 머리 식히기에

최적의 조건이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디즈니, ILM 등 할리우드에서 애니메이션이나

컴퓨터 그래픽, 또 게임업체에서 근무하는

한국 분들이 모임을 만들어 친목도모 뿐 아니라 정보교환

더 나아가서는 좁은 문을 두드리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쿵푸팬더 레이아웃 팀장인 전용덕씨)

 

제니퍼 여 씨는 미국에서 나서 자란 교포로

‘Head of Story'라는 직책을 맡고 계셨습니다.

 

실사영화의 시나리오와 콘티에 해당하는

스토리보드 팀을 이끄는 팀장으로 카젠버그의 탄탄한 신임을 받고 있고

다음에 참여하는 작품쯤에서는 감독 데뷔도

유망한 분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긴 생머리에 조근 조근하는 말투에서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더군요.

처음 보는 관객들이 재미있다거나 새로운 장면이라도

만드는 사람들에게 제작기간 4년 동안 

수십 번 수백 번 듣고 보다보면 무감각해질 텐데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연령별, 학력별 등으로 엄격하게 분리된

모니터 단을 운영하고 있고,

스탭들이 모여서 회의할 때

’그거 저번에 너 처음 들었을 때 엄청 재미있었다며 웃었어! ‘라고

서로 지적해준다는군요.

 

         

(제니퍼 여 넬슨씨의 작업하는 모습)

 

또 모델링에 이재원, 최승영씨, 애니메이터인 이재민씨,

조명 파트에 샤나 림, 리사 킴, 김 수 씨와

샌프란시스코 PDI에 일하는 송정진, 송준택, 서은진씨 등

많은 분들을 두루두루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특히 3D 애니메이션에서 조명(lighting) 분야는

실사영화에서 촬영할 때 조명을 비추고

DI라는 후반작업에서 때깔을 다듬는

두 가지 일을 포괄하는 분야로 제품으로 치면

마지막 출고직전 완성품을 닦고 포장하는 과정에 해당하는데

한국인 특유의 꼼꼼함과 손재주가 결합해

가장 많은 분들이 근무하고 계시더군요.

그 가운데 7년째 드림웍스에 몸담고 있는 가장 고참급인

송정진씨 인터뷰 내용을 실으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제 소개 글이 우리 것은 무조건 나쁘고

다른 나라가 무조건 옳다는 사고방식을

은근히 강요하는 거 아닌가하는 우려가 드는데

보는 분들께서 가려서 헤아리고 접수하는

지혜를 갖춘 분들이라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송정진 Senior Lead lighter

 

- 하시는 일에 대해 설명좀...

 

제가 하는 일은 모든 것이 가상으로 조성된

3D애니메이션에서 물체에 조명을 넣는 거예요.

조명을 넣는데 실제로 영화에서 조명을 넣는 것처럼

저희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프로그램 안에서도

그런 조명을 넣는 건데, 캐릭터 하나하나 다 영화를 보시면,

뭐 캐릭터가 10명이 나오건 한명이 나오건 배경이 있건

그게 다 하나의 빛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샷마다 그 캐릭터마다

배경마다 똑같은 환경의 조명을 받은 것처럼 그렇게 작업하는 게 저의 일입니다.
 
- 한국인 적성에 맞나요, 어떤가요?

 

뭐 특별히 메리트라고 이야기하기보다

한국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해요. 일을 열심히 하고

제가 처음에 이일을 할 때 한국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엔 학교도 많아지고 그다음에 그러다보니까,

한국 사람이 열심히 하니까 저희가 사람을 뽑을때보면

그 사람을 만나기도 만나지만 그전에 포토폴리오를 보기 때문에

일단 퀼리티가 좋은 포토폴리오를 추려 내다보니까

한국 사람들 포토폴리오가 많이 추려져서 그래서 들어오는 것이죠.
 
- 우리나라도 창작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한국에 지난 10년 사이에 애니메이션학과들도

굉장히 많이 생겼어요.

저도 한국에 특강도 하러 간적도 있고

학과들도 많고 전공하는 학생들도 많고

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어린 학생들도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졸업한 뒤 일을 할 곳이 없어요.

그리고 사실 여기 할리우드라고 그래도 저희 같은 경우는

27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저희나 아니면 픽사나

아주 오래된 스튜디오는 어떤 체계적인 파이프라인이

잘 짜여져있지만 지난 한 5년에서 10년 사이에 생긴

스튜디오들은 아직도 그런 체계가 안 잡혀있어요.

 

그래서 그런 체계를 쫙 잡으려면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닌데

한국에서 그걸 단기간에, 원래 돈을 투자한 사람은

그 투자비용을 뽑기 위해서 단기간에 어떤 것을

확 이뤄내기를 바라는데 사실 심형래 감독 같은 사람이 대단한 게,

굉장히 장기간 투자를 해서 이게 이루어지는 것이고

영화 하나도 영화가 스토리가 그린 라잇(녹색불)이 들어오기 전에

보통 스토리 작가들이 20명이 붙어서 쓰거든요.
 
그게 20명이 붙어서 몇년을 써서 그걸 영화로 만들자하는

그린라잇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해서

프리 프로덕션에서 짧게는 2~3년에서 길게는 7~8년까지 해요.

프리 프로덕션이 다 끝난 다음에 그제야 프로덕션이 시작되거든요.

그럼 그 사이 비용이나 그런게 어마어마한데

그걸 감당할 능력이 아직은 한국은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 회사는 어떤 노력을 해주나요? 어떤 지원을 해주고?

 

그러니까 회사 자체에서 저처럼 미대를 나오거나

그런 사람도 많지만, 뭐 수학과를 나온 사람, 물리학과를 나온 사람

뭐 물리학 박사를 한사람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어요.

하물며 요리사였던 사람도 있고…….

 

 별의별 직업에 백그라운드에 있던 사람들이 다모여 일을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예를 들면 저희회사에 와서 알엔디에서

프로그램을 개발만 하는 사람이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아티스틱한 사람들이 있고 그러니까 클래스가 굉장히 많아요.

뭐 점심시간에 드로잉 클래스가 있다든지 아니면

항상 시리즈물로 특별강사를 외부에서 초대해서

시네마토그래프 강의 같은 경우에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서

클래스를 한 5~6번에 걸쳐가지고 한 2시간씩 해서

전체를 강의한 적이 있어요. 굉장히 유명한 강사 분을 모셔다가…….

그러니까 그런데 지원을 회사에서 아끼지 않지요.

 

 자기가 남아서 그림 그리는 것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남아서 그림을 그리고, 그러다보면 내가 여기서 정말로 

우편물 관리를 하는 사람인데도 드로잉 클래스를 하다보면

내가 이게 너무 재미있다 이런 거를 하고 싶다 그러면 회사에서 기회를 줘요.

그러니까 그런 기회들을 많이 주고 그러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만약에 제가 조명을 하는데 내가 스토리 쓰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러면 글쓰기 클래스가 또 있어요.

그 섹션을 만들어주고 그런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워낙에 다양한 나라에서 오니까 영어클라스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거를 회사에서 굉장히 대폭적으로 지원을 해요.

 

         

(게시판에 붙어있는 강좌 안내문)

 

 


-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을 볼 때 어떠세요? 전망은 어떻게 보고계신가요?

 

이제는 정말 많아졌어요. 정말 많아졌고. 저도 여기에 오기 전에

게임회사에서 일을 했었는데 제가 게임회사에서 일할 때

게임 쪽의 3D는 굉장히 열악했는데, 제가 그때

게임회사를 딱 그만두면서 내가 어떤 연봉을 줘도

게임회사에서는 다시는 일을 안한다 그렇게까지 이야기까지 했었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게임도 굉장히 퀼리티가 높아지고

그런데 그게 참 그런 게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

거기에 맞춰서 퀼리티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한국 사람들의 수준이 대단해요. 굉장히 잘나가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졌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3D일을 하는 사람들

인구가 많아져서 한국 사람이 없는 회사가 없을 정도니까…….
 
- 드림웍스만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제가 처음 드림웍스라는 큰 이름이 걸린 회사에 오니까

나름대로 큰 포부를 갖고 ‘이제 니들 다 죽었어. 다 죽었어. 하는거 있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들어오는데 딱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대부분 의욕이 넘치죠.

 

내가 다 치고 올라갈 거야 그런 의욕이 보이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딱 와서 정말 그런 마음이 한 달이 안 가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나 어마어마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에 반해서 굉장히 겸손해요.

 

그 분위기가 굉장히 부드럽고 아 옛 말에

정말 옛말 틀린 게 없다는 것이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그러니까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고

저희는 제가 제 맡은 부분을 작업하는데 어떤 문제가 생기잖아요.

근데 회사에서 정한 규칙이 어떤 문제가 생기든지간에

5분 이상 끌지 말고 주변사람들한테 물어봐라,

 

내가 어떤 스페셜한 기술이 있으면 그걸

자기 혼자 끌어안고 있는 것이 아니고 그걸 다 공유하고

실행화 하는 거예요. 항상 테크놀로지는 발전이 되니까

정말 이주일 정도만 휴가를 다녀오면 새로운 툴을 배워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여기 10년을 일한 사람도 금방 새로 들어온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그걸 다 받아들일 수 있게

어떤 그런 거에 대한 위계질서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게 회사 분위기도 더 좋게 하고 그러니까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다온 사람들이

‘아 내가 전에 회사에서 일할 때 이런 방법이 있었는데

이런 방법을 써보자’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이면 금방 채택이 되고,

서로 경쟁하거나 어떤 정치적이거나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굉장히 사람들이 안 떠나요. 그러다보니까

일을 여기서 오래 저 같은 경우도 7년이나 일을한게

저 스스로도 되게 놀라운데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한 장소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

 

 

(**미국의 관련 전문학교나 대학, 대학원 등에 유학을 와서

졸업 성적이 상위 5-10% 안에 들면 미국내의 애니메이션 업체나

컴퓨터 그래픽 업체 등에 취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 저희를 안내해주셨던 교포 가이드 분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샌프란시스코 아트 스쿨이나 디자인 스쿨에 한국 유학생들 참 많이 와요.

 학비가 엄청 비싸긴 한데 이런데 나오면 좋은 곳에 취직이 되죠.

 

 자동차 디자인의 경우도 토요타나 벤츠같은 회사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해요.

 실력 어중간한 학생들이 00(국내 자동차 기업을 지칭)에 들어가더라구요.")